연극 후기

진양ㅊ.. 아니 이성민 배우님.. 그는 어떤 사람인가?

환호tv 2023. 1. 3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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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환호TV입니다.

얼마 전 완결된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말 그대로 불꽃연기를 펼쳐주신 ‘이성민 배우’ 님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순양의 진양철 역을 맡기까지 꽤나 든든한 내실이 있었음이 분명합니다.
상당히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니 재밌게 봐주세요 :)


출처 : 나무위키 메인 프로필 사진

 

총각 때 혼자 살 때 양말이 많았다. 크리스마스나 이런 때 혼자 사니 주변에서 양말이나 속옷 선물을 많이 해줬다. 속옷은 이틀씩 입어도 되는데 양말은 이틀 못 신겠더라


이성민 배우님이 20년 01월 26일 방영된‘미우새’에서 무명시절 생활고에 대해서 토로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배우라는 직업이 기본적으로 프리랜서인데, 이 본업에서 돈을 벌지 못할 때에는 경력도 크게 공백이 생기거나 어려움이 생기기 마련이죠.

배우 이성민. 과연 그는 어떤 사람인가?

파헤쳐 보겠습니다.

1968년 12월 4일.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읍 도촌리의 한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그 마을은 같은 본적을 가지신 어른들이 모여 살고 계셨던 집성촌이었습니다.

그렇게 잘 자라 도촌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경상북도 영주시의 대영중학교까지 졸업.
고등학생 때 한 연극을 보고는 '배우'가 되어야 겠다 하고 결심했죠.
연기하는 배우의 모습을 보기만 했지 극단? 연극영화과? 배우가 되는 길의 루트를 전혀 몰랐던 이성민 배우님은 무작정 연기를 배우고자 대학원서 중 하나를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제출하여 당시 고등학교 선생님들께 혼이 났다고 하네요. 실천하는 행동력이 참 좋은 학생이었네요.
하지만 어린시절 가지는 꿈에 대해서는 부모님의 컨펌이 필요한 법이죠. 당시 이성민 배우님의 아버님께서는

네가 연기를 좋아하는 건 알지만 너는 아니다. 차라리 공부를 더 해서 좋은 대학 다시 가라. 용돈을 줄테니 여행이라도 다녀오고.

라는 말씀과 함께 면전에서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원서를 찢어버리셨다고... 참 마음이 아픈 일화네요.
결국 이성민 배우님은 어린시절 배우의 꿈을 포기하셨다고 합니다.

▲ MBC <골든타임>에서 최인혁 교수를 연기한 배우 이성민 ⓒ 이기태 @ [Pi:k] studio 출처 : 오마이스타

그렇게 재수를 하게 되는데, 우연히 이성민 배우님이 살던 영주시에서 운영하는 극단의 단원 모집 포스터를 보게 되고, 곧바로 그 극단을 찾아가며 잠깐이나마 포기했던 연극과 연기에 다시 빠져들게 되었다고 해요.
극단 선배들을 따르며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햄릿,오셀로,맥베스,리어왕) 말고도 많은 희곡(연극을 위한 대본-지문, 대사, 해설 등이 등재된 문학 작품)이 있다는 사실 등 많은 것들을 배워나갔습니다.
역시 부모님께는 알리지 않은 상태로 극단 생활에 매진한 결과 생애 첫 공연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의 첫 대사는 무려 "잘 먹었습니다. 아주 잘 먹었어요." 라는 총 대사 13자의 단역이었습니다. 작품은 '루퍼트 부르크'의 <리투아니아> 였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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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없는 여담이지만 옛날 어느 한 극단에서 공연을 위한 첫 연습이 진행되었을 때, 하녀 역을 맡은 단역배우가 오로지 딱 5자 "마님, 반지를…" 대사를 대본 전체에 근거하여 마님, 반지, 하녀, 집안 사람들, 스토리 등등 모든 것을 공부하고 연습에 들어가 대사를 하다가 눈물이 터졌다고 하죠. 그 장면이 끝난 후 당시 연습에 참여했던 모두가 기립박수를 쳤다는 사건입니다. 하지만 극단 대표이자 연출이었던 선생님께서는 호통을 치셨다고 해요.

어디서 주인 앞에서 하녀가 우느냐. 다시 해라.

하녀 역을 맡은 배우는 곧바로 다시 그 장면에 돌입했고, 쏟아져나오는 눈물과 콧물을 힘겹게 막으며 5글자를 뱉어낸 후에 퇴장, 이때는 극단 대표이자 연출 선생님께서도 함께 박수를 쳐주셨다고..

말 줄임표가 왜 말 줄임표인지 보여주는 가장 훌륭한 연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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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무튼 다시 이성민 배우님의 이야기로 넘어가죠.
몰래 극단 생활을 하는 것도 잠시, 이성민 배우님의 어머님께서 지나가시는 길에 잠깐 들러 독서실 사감과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하지만 이성민 배우님은 사감이 있을 때에는 공연 연습에 몰두하였고, 연습을 마친 후 독서실에 몰래 들어와 공부를 하였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은 어머님을 필두로 집안이 난리가 났죠. 결국 지금 하고 있는 공연만 마무리 하고 군입대 후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겠다는 약속을 하고난 후에야 소동을 잠재울 수 있었습니다.

입대. 이성민 배우님은 짧은 극단 생활에서 느낀 복합적인 감정들과 행복감을 지닌 채 군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구로 와라. 오면 담뱃값하고 밥값은 챙겨줄게.

이성민 배우님을 유심히 지켜보셨던 한 극단 연출가의 연락에 전역 직후 전재산 7만원(당시 1991년, (현)23.01.30 기준 약 179,200원 - 출처 : 통계청)을 들고 대구로 향했습니다.
아무래도 당시 연극이라 함은 춥고 배고픈 직업, 스타가 되기 전까진 많은 인내가 필요한 분야로 알려져 있었죠.
이성민 배우님이 보내셨던 연극인의 삶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쪽방에 대본과 커피포트(당시엔 꽤나 혁신적인 물건이었음이 분명하지만 이성민 배우님께는 그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경제적인 물건으로 보여집니다. 예를 들어 라면..)만 갖고 살아가셨고 밥값은 챙겨주시겠다는 연출님의 말씀과 달리 금전은 항상 부족했고 라면이라도 먹을 수 있다면 다행일 정도로 굶는 시간이 많았다고 합니다. 교통비는 물론이거니와 아는 이 하나 없는 대구의 생활이 너무나 서럽고 힘들어서 어두컴컴한 쪽방에 쪼그려서 베갯잎을 많이 적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극에 대한 사랑은 죽지 않았습니다. 필자가 정의하는 사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극 포스터 10,000장을 한 장도 빠짐없이 정성스레 붙이는 등의 고된 임무도 철저히 해냈다고 해요. 그의 숭고함이 벌써부터 우리의 마음을 울리네요.
이런 시기에 현재의 아내를 만나셨다고 해요. 당시 연극<B언소>의 안무가를 찾던 도중 알고 지내던 안무가의 제자가 바로 아내분이셨던 거죠. 결혼까지 골인했지만 형편이 좋지 못해서 남들 다 하는 웨딩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하셨다고...
2002년 35세의 나이로 서울에 상경, 기러기 아빠가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지방 공연 차 대구로 온 한 극단 단원이 서울에서 활동하기를 권유하기도 하였고, 마침 그에게도 한번쯤은 대학로(혜화, 동숭)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실력을 검증 받아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죠. 아내와 딸에게는 3년만 도전해보고 안되면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그는 떠났습니다.
극단 차이무 소속으로 여러가지 연극과 영화, 드라마를 병행했다고 해요. 손현주, 안재욱 배우님들의 도움을 받아 여러 작품에 출연하기도 하고 일정에 지장 없이 출연도 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역시 꿈이 있는 사람들 끼리는 많은 배려와 행복이 공존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가족과 약속한 3년이 다 되도록 무명생활을 벗어나지는 못하셨습니다. 약속대로 대구로 돌아.... 가지 않으시고 지방 출신 배우가 전국적으로 인정받는 멋진 선례를 만들어 지방에 있는 후배들에게도 희망을 주고자 서울에 더 있기로 결심합니다. 가족들도 그의 뜻을 믿고 따르며 서울로 이사하게 됩니다.
그렇게 영화 <말아톤>,<비단구두>,<대왕세종>,<고고70>,<부당거래> 등 갖은 영화의 단역으로 출연했으며, 시청자들에게 각인되기 시작한 역할은 2010년 MBC 드라마 <파스타>의 설준석 역으로 극 중에서 얄밉지만 도통 미워할 수 없는 악역 연기를 선보이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 드라마 <글로리아>, <내 마음이 들리니> 영화<작은 연못>, 연극<늘근 도둑 이야기>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활약했죠.
이후로는 악역, 부패한 정치인, 가족들에게 따뜻한 군주 등의 역할을 맡으며 승승장구 하다가 MBC월화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대중들에게 주연급으로 인정받아 변호인, 미생 등에서 인상 깊은 호연을 보여나갑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22년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양철 역을 맡으며 연기력이 그야말로 초월(진짜 이병철 회장님인줄..)하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비정하리만치 공사 구분이 칼 같은 재벌 1세대 역을 잘 소화해내며 본인의 무기인 경북 사투리와 노인 특유의 탁한 목소리 톤까지 연기하며 세간의 호평을 받았죠. 이성민이 맡은 진양철이 퇴장한 이후 드라마 자체의 힘이 크게 빠진 것 같다는 이야기가 서서히 나오기 시작하더니 마지막회에 가서는 역사에 남을 최악의 전개로 대차게 망하면서 결국 "이 드라마에 건질거라고는 이성민의 연기 말고는 없는 수준이다." 라는 말까지 나왔다네요. 이성민 배우님의 어린 시절부터 공부하다보니 저는 한 드라마에서 이렇게 까지 빛나고 계신 모습이 너무나 뿌듯합니다.

지금 당장 빛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당신 충분히 멋진 사람이에요.

라는 인터넷에 떠도는 글귀가 생각나네요.

글을 쓰면서도 꽤나 위로 받게 되는 그의 인생사.. 고맙네요.

너무 초조해 하지마세요.

언젠가 꼭 사랑 받는 날이 올 거에요.

그날 까지 화이팅. 이만 글 줄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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